美.英-佛.獨.러, 이라크전 정면 대치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차 보고를 하루 앞둔 13일 국제사회에서는 이라크전을 둘러싼 주요국간 견해차가 더욱 노골화되면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군사공격에 반대하는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프랑스 등도 지지세력 규합에 나서며 적극 대응함으로써 이라크전에 대한 견해차로 야기된 갈등은 미.영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하는 `반전(反戰)연대'간 정면대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군사공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동맹국들에 대해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해 "기개와 용기"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의 한 해군기지를 방문, 유엔 사찰단이 사찰결과 를 보고하게 되면 "유엔이 비효율적이고 무책임한 논쟁을 벌이는 조직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자유국가들이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라크에서 허용 사거리를 초과한 미사일이 발견된 것과 관련, "만약 그같은 보고가 정확하다면 이는 심각한 사태로 유엔결의 제1441호의 중대위반"이라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EU는 내주 이라크 사태 논의를 위한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블레어 총리는 "정보를 정직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증거, 유엔결의 제1441호 위반 증거가 나타날 경우 이는 극도로 중요하다"면서 "이는 이라크의 비협조가 완벽하게 분명한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기만 하는 것은 무의미함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 이라크 사찰단 규모를 늘리자는 프랑스와 독일의 `평화대안'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저항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장-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는 이날 상원 연설을 통해 최근 이라크가 무기사찰단에 보여준 모습은 이라크의 태도가 개선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기사찰 연장을 거듭 촉구했다. 라파랭 총리는 "우리의 주된 목표가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이끌어내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사찰을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특히 독일과 공동 마련한 `평화대안'에 대해 아랍연맹이 성명을 통해 지지를 표시할 것을 요청했다고 레바논 주재 프랑스 대사가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을 통해 "유엔결의 1441호는 자동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조항이 전혀 없다"면서 "사찰단은 사찰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도 이라크가 유엔결의 1441호를 중대 위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전쟁을 벌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뉴욕을 방문중인 유리 페도토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이라크 미사일의 사정 초과 문제에 언급, "문제의 미사일은 유엔 안보리의 과거 결정에 따라 허용된 것"이라면서 "이라크는 지난해 12월7일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이 미사일의 존재를 적시했다"고 밝혔다.


< 출처 : 유엔본부.워싱턴.파리.베를린.모스크바=연합뉴스, 2003. 2.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