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까지 동원한 ´상업방송 KBS´
 
격투기대회 주관…"말과 행동 따로 노는 ´자칭 공영방송´" 비난

KBS의 자회사인 위성·케이블 채널 KBS SKY가 격투기 중계로도 모자라 ‘네오파이트’라는 격투기 대회까지 주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 KBS는 KBS SKY배 ´네오파이트´를 주관하고 있다. 사진은 KBS SKY 홈페이지

네오파이트는 이종격투기로 최근 젊은층에게 크게 유행하는 신종 스포츠다. 이종격투기란 선수가 맨몸으로 사각의 링에 올라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상대를 쓰러뜨리는 과격한 시합이다. 경기에서는 코와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는 일과 쓰러진 상대방에게 무자비하게 주먹을 퍼붓는 장면이 많아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2001년 3월 설립된 다채널 위성 및 채널사용 사업자 KBS SKY는 2002년 12월부터 격투 스포츠 ‘K-1’을 처음 방영하기 시작했다. KBS SKY는 현재 밤 10∼12시(주말은 11시∼01시) 본방송을 비롯해 재방송까지 포함하면 매일 4∼6시간 가량 격투기를 내보내고 있다.

KBS SKY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KBS가 대주주이긴 하지만 KBS SKY의 직원들은 모회사인 KBS와는 비교도 안되는 대우를 받으며 인력감원 등 시련을 겪어왔다”며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익을 낼 수밖에 없고, 격투기는 이런 차원에서 사원들끼리 합의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특히 겨울철의 경우 중계할 수 있는 스포츠가 프로농구 정도밖에 없어 철지난 경기를 중계하기도 어렵고, 콘텐츠 중복 현상이 심하다”며 “국민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비인기 종목, 아마추어 경기 중계 등 공적인 업무를 더 많이 수행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평가를 해주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영 방송인 KBS의 오락채널 사업 진출에 대해 많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상업성으로부터 독립돼야 하는 공영방송이 철저하게 상업적인 뉴미디어시장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공영방송의 공영성은 물론이고 상업방송의 시장 질서마저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KBS의 정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올해 방송지표로 ´함께 가자, 대한민국´을 주창했다. 정 사장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 열린 민주적인 시대로 가는 과정에 빚어지는 갈등을 극복하고 이땅에 자유와 민주·평화·평등의 가치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인 KBS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정 사장의 신년사에 대해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는 자칭 공영방송"이라고 지적했다.
 

2004-01-12 14:52:28  독립신문 [신혜식 기자] king@independen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