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로 병역거부 지원?

국민혈세로 병역거부 지원?

인권위 ‘양심적 병역거부’다큐 제작비 지원 파문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되는 다큐멘터리에 예산을 지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개선을 위한 연대회의'가 신청한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용 다큐'에 1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연대회의는 병역거부운동의 흐름과 대체복무제 도입의 정당성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실례와 증언을 통해 보여주는 다큐를 11월말까지 제작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시민단체에서 응모한 사업중 2003년에는 23개 인권단체협력사업에 총 2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중 하나로 '양심적 병역거부' 다큐멘터리 제작에 13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번 결정에 대해 인권위 한 관계자는 "교수와 시민단체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외부심사평가위원회에서 2차례 심의한 결과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한 뒤 "인권위에서 이 문제를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활발한 논의와 꾸준한 연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권위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초 법원이 현행 병역법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규정이 없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했지만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가수 유승준의 입국과 관련해서도 병무청에서 '입국불허' 방침을 발표했으며,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공직자들도 자신이나 자녀들의 병역문제로 임명되지 못하는 등 '병역거부'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 정서는 매우 민감하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6월 3일 논평을 통해 "인권위가 다큐멘터리 제작에 국가예산을 지원했다는 것은 국가기관의 본분을 망각한 예산낭비"라고 비난했다.

또 "국가기관들이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자기 호주머니 돈 쓰듯 무책임하게 집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라며 "국가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을 합리화시키는 프로그램제작에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젊은이들 사이에 병역기피 의식을 확산시켜 징병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미 인권위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 큰 파문을 일으킨 전례가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은 "인권위의 이 같은 일련의 일탈행위는 국가 존립자체를 흔드는 국기문란행위"라며 "관계기관의 엄정한 진상조사와 책임"을 촉구했다.

엄병길 기자 bkeom@independent.co.kr